아침에 일어났더니 손이 저리고, 컴퓨터 작업을 하다 보면 손끝이 찌릿찌릿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증상을 경험하면서도 혈액순환이 안 되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손저림의 90퍼센트 이상은 혈액순환 장애가 아니라 말초신경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목디스크나 당뇨병의 신호일 수 있고, 드물게는 뇌졸중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손저림이 어떤 질환을 의미하는지,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손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 손목터널증후군
손저림을 유발하는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손목터널증후군입니다. 손목 안쪽에는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가 있는데, 이 통로를 손목터널 또는 수근관이라고 부릅니다. 이 터널 안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정중신경이 지나갑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여러 원인으로 이 터널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합니다.
정중신경은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엄지쪽 절반까지 감각을 담당합니다. 따라서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면 이 부위에 저림과 감각 이상이 나타납니다. 새끼손가락이나 손등은 정중신경의 지배 영역이 아니므로 저리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밤에 잠을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깨는 경우가 많고, 손을 털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40대에서 60대 여성에게 특히 많이 발생합니다. 반복적인 가사노동, 장시간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손목을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 흔합니다.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나 임산부에게도 잘 나타납니다. 증상이 오래되면 엄지 아래 두툼한 부분의 근육이 위축되어 물건을 꽉 쥐기 어려워지거나 병뚜껑을 따기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목디스크도 손저림을 일으킵니다
손이 저릴 때 손목만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의 원인이 목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추 디스크, 흔히 목디스크라고 부르는 질환이 대표적입니다. 목뼈 사이의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면 그 신경이 담당하는 부위에 저림과 통증이 나타납니다. 목에서 시작된 신경은 어깨와 팔을 거쳐 손끝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목디스크로 인해 손이 저릴 수 있는 것입니다.
목디스크로 인한 손저림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목을 움직이거나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증상이 악화됩니다. 문제가 되는 디스크의 위치에 따라 저린 부위가 달라지는데, 5번과 6번 경추 사이 디스크가 문제라면 엄지와 검지 쪽이, 6번과 7번 사이라면 중지와 약지 쪽이 저립니다. 손목터널증후군과 달리 밤에 특별히 심해지지는 않으며, 팔과 손의 근력 약화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목디스크와 손목터널증후군은 증상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두 질환이 동시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 필요에 따라 경추 MRI 검사가 필요합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쪽 손발이 함께 저리면 당뇨병 합병증 의심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목디스크는 대부분 한쪽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양쪽 손과 발이 동시에 저리고, 발끝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양상이라면 다른 원인을 생각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것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입니다.
당뇨병 환자가 고혈당 상태에 오래 노출되면 말초신경이 손상됩니다. 당뇨 환자의 약 50퍼센트에서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질환의 특징은 몸에서 가장 먼 부위인 발끝에서 증상이 시작되어 점점 위쪽으로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발목 부위까지 저림이 올라온 후에야 손끝이 저리기 시작합니다. 저리는 느낌 외에도 화끈거리거나 시리고, 남의 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서 예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혈당을 철저히 조절하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있다면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입니다. 감각이 무뎌지면 발에 상처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당뇨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매일 발을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한쪽만 저리면 뇌졸중 가능성 확인해야
손저림 하면 많은 분들이 뇌졸중을 걱정합니다. 실제로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손저림이 나타날 수 있지만, 빈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뇌졸중으로 인한 손저림은 다른 원인과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어서 구별이 가능합니다.
뇌졸중에서 나타나는 손저림은 갑자기 발생합니다. 서서히 진행되는 말초신경병증과 달리 어느 순간 갑자기 저린 느낌이 시작됩니다. 또한 몸의 한쪽에서만 나타납니다. 왼쪽 뇌에 문제가 생기면 오른쪽 손과 발이, 오른쪽 뇌에 문제가 생기면 왼쪽 손과 발이 저립니다. 손바닥과 손등 모두에서 증상이 나타나며, 손저림 단독으로 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입술 주위 저림, 언어 장애, 어지럼증, 반신 마비 등의 증상이 함께 동반됩니다. 만약 갑자기 한쪽 손발이 저리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심한 어지럼증이 느껴진다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뇌졸중은 발생 후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손저림을 일으키는 원인들
흉곽출구증후군도 손저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목과 어깨 사이의 흉곽 상부에서 신경과 혈관이 압박되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거나 자세가 좋지 않은 분들에게 잘 생깁니다.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뭉치면서 팔과 손이 저리고 시린 느낌이 듭니다. 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하면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팔꿈치 안쪽의 척골신경이 눌리는 주관증후군도 손저림을 유발합니다. 이 경우 새끼손가락과 약지의 새끼쪽 절반이 저립니다. 팔꿈치를 오래 구부리고 있거나 팔꿈치를 책상에 괴는 습관이 있으면 발생하기 쉽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류마티스 관절염, 신부전, 비타민 B12 결핍, 과도한 음주 등도 말초신경병증을 일으켜 손저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인을 찾기 어려운 손저림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전신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언제 병원을 가야 할까요
손저림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일정한 부위에서 손저림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검사가 필요합니다. 밤에 잠을 깰 정도로 저림이 심하거나, 손의 감각이 무뎌지고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면 신경 손상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손저림과 함께 손이나 팔의 근력이 약해진다면 더욱 서둘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갑자기 한쪽 손발이 저리면서 언어 장애, 어지럼증, 두통, 시야 이상 등이 동반된다면 뇌졸중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수시간에서 수일 사이에 손발 저림과 근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급성 신경 질환일 수 있어 역시 응급 상황입니다.
손저림은 대부분 혈액순환 문제가 아니라 말초신경의 이상에서 비롯됩니다. 손목터널증후군, 목디스크,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등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진행되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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