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저리거나 발이 찌릿찌릿한 증상을 경험하면 대부분 "혈액순환이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혈액순환 개선제를 사먹거나 손을 털어보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손발저림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혈액순환장애는 드물고, 말초신경질환이나 척추질환, 뇌졸중 등으로 저림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특히 손 저림의 3대 원인으로 꼽히는 당뇨병, 목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은 저림이 나타나는 부위와 양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별할 줄 알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혈액순환 장애와 신경 문제, 어떻게 다를까
먼저 혈액순환 문제인지 신경 문제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액순환장애에는 통증이 주로 나타나며, 손가락 끝이 차고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끝이 하얗게 변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반면 말초신경장애는 화끈거림, 저림, 시림, 얼얼함 그리고 먹먹하고 무딘 느낌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손발저림에 시림증이 동반되고 추위 노출에 악화될 때는 혈액순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에 의한 동맥경화증, 버거씨병, 하지정맥류, 레이노이드 증후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류마티스내과나 순환기내과, 혈관외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손발 저림은 신경 문제입니다. 말초신경장애는 저림 증상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대표적인 말초신경장애로는 당뇨로 인해 생기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척추질환과 연관돼 생기는 신경뿌리병, 신경이 반복적으로 압박돼 생기는 압박성 신경병 등이 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 - 엄지부터 약지까지만 저리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 저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상지의 가장 흔한 압박성, 포착성 신경병증으로, 정중신경이 좁고 제한된 손목터널을 통과할 때 압박을 받아 손 저림, 손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저림이 나타나는 손가락의 위치입니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는 반만 저림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밤에는 저림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새끼손가락은 절대 저리지 않습니다. 새끼손가락까지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닌 다른 원인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특징은 주로 1, 2, 3번째 손가락에 저린 증상을 호소하며 일을 많이 한 뒤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다 손을 털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밤에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깨는 경우도 흔합니다.
임산부, 당뇨병, 갑상선 기능 부전, 일부 형태의 아밀로이드증 또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이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또한 종일 키보드와 마우스를 붙들고 있는 사무직 종사자나 프로게이머, 프로그래머 혹은 가위 등을 사용하는 미용사, 40-50대의 주부들에게 잘 생기는 병입니다. 근래에는 스마트폰 사용의 증가로 전 연령에서 발병률이 급증했습니다.
집에서 간단히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손목을 구부린 채 손등을 맞대서 약 1분 정도 자세를 유지하면 됩니다. 1분 뒤 손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현상이 발생하면 손목터널증후군일 수 있으니,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이를 팔렌 검사라고 합니다.
목디스크 - 어깨부터 팔, 손까지 저림이 뻗친다
목디스크로 인한 손 저림은 손목터널증후군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목이 아프다고 전부 목디스크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목통증은 단순한 근육통이 대부분이며, 목디스크의 경우는 어깨 통증, 팔 저림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후 측방으로 디스크가 탈출되면 신경이 압박되면서 주로 어깨, 팔이나 손 등에 당기는 통증이나 저림증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목디스크는 손만 저린 것이 아니라 목에서 어깨, 팔을 타고 내려오는 방사통이 특징입니다.
목디스크는 목통증을 기본으로 한쪽 어깨가 저리고 뻐근하면서 한쪽 팔이 쑤시고 당기고 저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목디스크 환자의 대부분은 어깨저림과 팔저림이 동시에 있습니다. 어깨 통증만 있다가 팔을 타고 통증이 내려오면 목디스크일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목디스크와 어깨 질환을 구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깨에 힘을 주거나 크게 움직여야만 비로소 아프다는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는 어깨 관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쉴 때에도 어깨나 날개뼈 부위가 아프거나 팔이 저리다면, 목디스크로 인한 신경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추 5-6번 사이 목디스크는 상지와 엄지, 검지의 통증과 감각 이상, 이두박근 운동이 약화됩니다. 경추 6-7번 사이 목디스크는 검지와 중지의 감각이상과 삼두박근의 운동이 약화됩니다. 이처럼 디스크가 눌리는 위치에 따라 저림이 나타나는 손가락이 달라집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피로가 빨리 찾아오고 잠을 자도 피곤이 남아 있다, 목과 어깨가 자주 뭉치고 뻐근하며 뒤로 젖히기가 어렵다, 목과 어깨의 통증과 함께 현기증과 두통이 온다, 팔과 손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진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무언가를 손에 쥐거나 사용할 때 힘들다 등의 항목에 3가지 이상 해당하면 목디스크를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 양쪽 손발 끝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온다
당뇨병 환자가 손발 저림을 느낀다면 당뇨 합병증인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여러 말초신경이 한꺼번에 손상되는 병이 다발말초신경병증입니다. 이 다발말초신경병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 당뇨병입니다. 당뇨병에 의한 다발말초신경병증은 몸에서 가장 먼 부위인 발끝과 손끝에서부터 증상이 시작되는 게 특징입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목디스크와 가장 큰 차이점은 양쪽에서 동시에, 그리고 손발 끝에서 시작해 점점 위로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저림, 시림, 남의 살 같은 감각 증상이 동반되고, 이 증상들이 위쪽으로 점점 올라옵니다. 마치 양말이나 장갑을 낀 것처럼 손발 끝부터 저린 느낌이 나타납니다.
당뇨병 환자들도 손목터널증후군에 많이 걸리는데, 이 경우는 물리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고 고혈당 상태로 인해 염증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원인입니다. 따라서 당뇨 환자가 손이 저리다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인지, 손목터널증후군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응급 상황을 알리는 위험 신호
손발 저림 중에는 즉시 병원에 가야 하는 응급 상황도 있습니다. 손발저림 증세가 나타날 때 가장 심각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한 것은 뇌졸중에 의한 저림 증상입니다. 뇌졸중과 척수염처럼 중추신경장애에 의해 나타나는 질환은 손발저림의 흔한 원인은 아니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을 경우 심각한 후유증과 장애를 남길 수 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손발이 저리기 시작하여 두통, 어지러움, 언어마비,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등이 동반되는 경우, 우측 또는 좌측 팔다리 한쪽에만 저림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뇌졸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한쪽 손과 발이 저린 느낌이 들고, 입술이 찌릿한 느낌이 든다면 뇌졸중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습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이상이 생긴 뇌의 반대편 손발과 얼굴에 마비와 감각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손발저림과 함께 근력저하가 생기고, 이것이 수시간에서 수일 이내에 빠르게 진행된다면 바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급성 말초신경병증이나 급성 척수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인별 간단 구별법 정리
세 가지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손목터널증후군은 엄지부터 약지 반쪽까지만 저리고 새끼손가락은 괜찮으며 밤에 심해지고 손을 털면 나아집니다. 목디스크는 목이나 어깨 통증과 함께 팔을 타고 저림이 내려오며, 고개를 젖히거나 돌릴 때 악화됩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양쪽 손발 끝에서 동시에 시작해 위로 올라오며, 장갑이나 양말을 낀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대부분의 손발저림의 원인은 신경과 전문의의 문진과 진찰 및 간단한 근전도검사와 신경전도검사로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손목수근관 증후군 환자는 이 증상을 대부분 혈액순환 장애 등과 같은 다른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1달 이상 저릿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서 감각 이상, 마비 등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병원으로 가 적합한 치료를 받을 것이 권장됩니다. 손발 저림을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증상의 특징을 잘 살펴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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