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월별 사망자 수는 10월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기온이 가장 낮은 1월에 정점을 찍습니다.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급성 혈관 사건의 발생 위험은 1에서 2퍼센트씩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심뇌혈관 질환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환자가 전체의 30에서 4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환자들은 치료받을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있습니다.
왜 겨울이 특히 위험한가
의료계에서는 한겨울보다 오히려 초겨울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그 이유는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에 신체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빠르게 수축시킵니다. 혈관이 좁아지면 같은 양의 혈액이 더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하므로 혈압과 맥박수가 높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혈액의 점도도 상승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피가 더 끈적끈적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혈전, 즉 피떡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이 혈전이 심장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합니다.
특히 일교차가 큰 날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침에 따뜻한 실내에서 갑자기 차가운 바깥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새벽 시간대에 심뇌혈관 질환 발생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심근경색,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입니다. 환자의 40퍼센트 이상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입니다. 일반적인 가슴 불편함과 다른 점은 통증이 20분에서 30분 이상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 무거운 것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통증은 왼쪽 팔, 등, 턱, 목까지 퍼져나가기도 합니다.
문제는 모든 환자에게 이런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고령의 여성은 가슴 통증 없이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같은 증상만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구역질이 동반되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도 심근경색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2시간에서 3시간입니다.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으면 심장 근육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심장 기능은 돌이킬 수 없이 저하됩니다.
뇌졸중, FAST 법칙을 기억하세요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환자의 약 85퍼센트는 뇌경색에 해당합니다.
뇌졸중의 전조증상을 기억하기 쉽게 정리한 것이 FAST 법칙입니다.
첫 번째 F는 얼굴(Face)입니다. 웃어보라고 했을 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거나 처지는지 확인합니다. 얼굴 한쪽이 마비되면 표정이 비대칭으로 나타납니다.
두 번째 A는 팔(Arm)입니다. 눈을 감고 양팔을 앞으로 쭉 뻗어 수평을 유지해 보세요. 자신도 모르게 한쪽 팔이 아래로 내려가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합니다.
세 번째 S는 언어(Speech)입니다. 간단한 문장을 말해보게 합니다.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질문과 전혀 다른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네 번째 T는 시간(Time)입니다. 위의 증상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즉시 119에 전화하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알아두어야 할 증상이 있습니다. 갑자기 한쪽 눈이 침침해지거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어지럼증과 함께 심한 두통이 나타나는 것도 뇌졸중의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입니다. 이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면 정맥으로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 있습니다. 4시간 30분이 지났더라도 6시간 이내라면 동맥으로 접근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시술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6시간이 지나면 치료 선택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흔히 하는 착각, 이것이 위험합니다
많은 분들이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손 떨림이나 팔다리 저림, 뒷목이 뻣뻣한 증상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들이 뇌졸중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뇌졸중의 진짜 전조증상은 평소에 경험해 본 적 없는 갑작스러운 마비나 언어장애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입니다. 많은 분들이 증상이 없어졌으니 괜찮아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으로 혈전이 막았다가 풀린 것일 뿐 언제든 다시 막힐 수 있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이런 경우를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라고 하는데, 이후 실제 뇌졸중으로 진행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또 다른 위험한 착각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현재 뇌졸중 환자의 병원 도착 시간은 평균 214분으로, 골든타임인 180분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환자 중 발병 후 1시간 미만에 응급실에 도착하는 비율은 20퍼센트대에 불과합니다.
겨울철 심뇌혈관 질환 예방법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이 있는 분들은 평소보다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저질환을 가진 분들은 혈관이 이미 손상되어 있어 추위로 인한 혈관 수축에 더 취약합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바로 일어나지 말고 이불 속에서 몸을 충분히 움직여 체온을 올린 후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새벽 운동은 가급적 피하고, 외출 전에는 충분히 몸을 따뜻하게 하여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합니다.
수분 섭취도 중요합니다. 겨울에는 땀을 덜 흘리기 때문에 물을 적게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금연과 절주는 기본입니다. 담배는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혈전 형성을 촉진합니다. 과도한 음주 역시 혈압을 높이고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활동량을 줄여야 합니다. 미세먼지는 심뇌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렇게 하세요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거나,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가거나 가족이 데려다주는 것보다 119 구급대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합니다. 구급대원들은 이송 중에도 응급 처치를 할 수 있고, 병원 응급실에 미리 연락해 도착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시킵니다.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에는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필요합니다. 119에 전화한 후 안내에 따라 가슴 압박을 실시하면 뇌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뇌세포와 심장 근육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살릴 수 없습니다. 뇌졸중을 겪은 환자의 뇌를 촬영해 보면 손상된 부위의 뇌세포가 사멸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이 곧 생명입니다. 평소 이 증상들을 기억해 두시고, 본인이나 주변 사람에게 해당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행동으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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