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세를 법으로 딱 정해버리면 서민들이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집주인 마음대로 월세 올리는 거 막으면 당연히 세입자한테 좋은 거 아닌가 싶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이 정책을 시행한 나라들의 결과를 보면 완전히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임대료 통제는 폭격 다음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베크가 한 말인데,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뉴욕, 100년 넘게 임대료 규제했는데 결과는?
지난달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100만 가구 임대료 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어요. "비싼 도시에서 밀려난 요리사, 배달원, 택시 운전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명분이었죠.
그런데 사실 뉴욕은 이미 100년 넘게 임대료 규제를 해왔습니다. 1920년대 1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시작됐고, 2차 대전 때는 연방정부가 전국 임대료를 동결하기도 했어요. 현재도 임대료 인상률을 1.5~2.5%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가 시행 중입니다.
그래서 뉴욕 서민들이 잘 살게 됐냐고요?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집주인들이 수익성 떨어진 낡은 주택을 방치해서 한때 빈집이 노숙인 수의 네 배에 달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세를 줘봐야 돈이 안 되니까 보험금이나 타자며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집주인까지 있었다는 거예요.
베를린의 실험, 임대주택 40% 증발
독일 베를린의 사례는 더 극적입니다. 2020년에 '미에텐데켈'이라는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했어요. ㎡당 월세를 9.8유로로 딱 정해놓고, 어기면 무거운 벌금을 물렸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요? 베를린의 임대주택 공급이 40%나 줄어버렸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예요. 월세를 제대로 못 받는데 굳이 세입자를 들일 이유가 없으니까요. 차라리 다른 용도로 쓰거나 그냥 비워두는 게 나은 거죠.
진짜 아이러니한 건 그다음에 벌어진 일이에요. 베를린에서 집을 못 구한 저소득층이 옆 동네 포츠담으로 몰려갔습니다. 그러자 포츠담 월세가 급등했어요. 원래 베를린 월세를 감당 못 해서 포츠담에 살던 서민들의 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난 겁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 서민을 도시 바깥으로 밀어내는 역설이 벌어진 거죠.
스웨덴은 집 구하는 데 9년 걸린다
스웨덴 사례는 좀 황당하기까지 해요. 임대료 규제로 시장 기능이 마비되니까 아예 선착순으로 집을 배급합니다. 먼저 신청한 사람 순서대로 입주시키는 방식이에요.
작년 스톡홀름에서 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람들의 평균 대기 기간이 8.8년이었습니다. 현재 밀려있는 대기자만 89만 명이에요. 집 한 채 얻으려고 거의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왜 이런 역설이 생기는 걸까?
임대료 규제의 함정은 단기와 장기 효과가 정반대라는 점이에요.
단기적으로는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시장 균형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임대료가 형성되니까 기존 세입자들은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문제는 규제가 장기화됐을 때입니다. 임대 수입이 줄어드니까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안 구하려 합니다. 새로운 주택 건설도 줄어요. 집 관리에 돈 들이는 것도 아까워지죠. 월세 많이 받지도 못하는데 왜 보수에 투자하겠어요? 결국 주택 품질이 떨어지고 도시가 슬럼화됩니다.
기존 세입자는 싸게 살 수 있지만,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은 아예 구할 수가 없게 돼요. 그리고 싸게 사는 대신 점점 낡아가는 집에서 살아야 하고요.
그래서 답은 뭘까?
쉬운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역사가 보여주는 건 명확합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공급이 줄고 오히려 서민들이 더 피해를 본다는 거죠.
뉴욕의 새 시장 맘다니가 100만 가구 월세 동결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100년 넘는 임대료 규제의 역사가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말해주진 않더라고요.
전월세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정책의 의도와 실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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