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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학

디카페인 커피, 카페인은 어떻게 빼는 걸까? 3가지 제거법의 비밀

by 정보정보열매 2026.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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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에도 커피 향을 포기할 수 없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카페인에 예민하거나, 임신 중이거나, 위가 약해서 일반 커피를 마시기 어려운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분들의 구원자가 바로 디카페인 커피입니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커피콩에 단단히 박혀 있는 카페인을 도대체 어떻게 빼내는 걸까요? 사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과학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디카페인의 역사, 아버지의 죽음에서 시작되다

디카페인 커피의 역사는 1903년 독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커피 무역상이었던 루드비히 로셀리우스는 아버지가 과도한 커피 섭취로 인해 건강을 해쳤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커피의 맛은 살리되 카페인만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1906년 세계 최초로 디카페인 제조법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디카페인 커피 산업의 시작입니다.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서 카페인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 유럽 기준으로 97% 이상, 우리나라 기준으로 90% 이상 카페인이 제거되면 디카페인으로 분류합니다. 일반 아메리카노 한 잔에 약 150-200밀리그램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면,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에는 6-7밀리그램 정도만 남아 있는 셈입니다. 코카콜라 355밀리리터 한 캔의 카페인 함량이 약 35밀리그램이니,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은 콜라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첫 번째 방법,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가장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알려진 것이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입니다. 193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되어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방법은 화학 용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물과 활성탄 필터만으로 카페인을 제거합니다.

원리는 삼투압을 이용한 것입니다. 먼저 로스팅하지 않은 생두를 뜨거운 물에 담가 카페인을 포함한 수용성 성분들이 물에 녹아 나오게 합니다. 이 물을 활성탄 필터에 통과시키면 분자량이 큰 카페인만 걸러지고, 향미 성분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생두 추출물(GC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처음 사용한 생두는 버린다는 것입니다. 생두 추출물에 새로운 생두를 담그면, 물에는 이미 향미 성분이 포화 상태이므로 새 생두에서는 카페인만 빠져나옵니다. 삼투압 원리에 따라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새 생두는 맛과 향은 유지하면서 카페인만 제거된 상태가 됩니다. 이 방법은 유기농 인증과 식품 안전성 인증인 코셔 인증을 받은 유일한 디카페인 공정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방법,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입니다. 스타벅스도 2016년부터 이 방식으로 만든 디카페인 원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화학 용매 대신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안전하면서도 향미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임계 상태란 물질이 액체도 기체도 아닌 중간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산화탄소는 섭씨 31도, 73기압 이상에서 초임계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액체처럼 용해력이 있으면서도 기체처럼 확산력이 뛰어나 카페인을 효과적으로 녹여낼 수 있습니다.

공정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스테인리스 추출관에 물과 생두를 넣고 완벽히 밀봉한 뒤,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합니다. 약 1,000파운드의 압력 아래에서 이산화탄소가 카페인과 결합해 빠져나오고, 분자가 더 큰 향미 성분은 그대로 남습니다. 카페인과 결합한 이산화탄소는 별도의 챔버로 옮겨 압력을 낮추면 다시 기체가 되면서 카페인만 남기고 빠져나갑니다. 이 이산화탄소는 다시 재사용됩니다. 독성이 없고 환경에도 무해하지만, 특수 설비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방법, 유기 용매 추출법

가장 오래되고 여전히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유기 용매 추출법입니다. 전체 디카페인 공정의 70% 이상이 이 방식을 사용합니다. 주로 에틸아세테이트나 염화메틸렌이라는 화학 용매를 사용합니다. 에틸아세테이트는 과일에서도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성분이고, 염화메틸렌은 페인트 제거제로도 쓰이는 화학물질입니다.

직접 방식은 생두에 직접 용매를 접촉시키는 것입니다. 먼저 생두를 증기로 쪄서 표면의 미세 구멍을 열어줍니다. 그 다음 용매에 담가 카페인을 녹여내고, 깨끗이 세척해 잔여 용매를 제거한 뒤 건조시킵니다. 간접 방식은 생두를 먼저 뜨거운 물에 담가 성분을 우려낸 뒤, 그 물에서 용매로 카페인만 분리하고, 다시 생두에 향미 성분을 재흡수시키는 방법입니다.

화학 용매를 사용한다고 해서 건강에 해롭지는 않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85년부터 이 방식을 합법으로 승인했으며, 최종 제품에는 용매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스위스 워터나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더 선호받는 추세입니다.

디카페인 커피, 맛없다는 편견은 옛말

과거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맛없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디카페인을 찾는 소비자가 적다 보니 업체들이 저렴한 원두를 사용했고, 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향미 성분도 함께 빠져나가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은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카페인을 제거해 향미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로스터들도 디카페인 원두의 특성에 맞는 로스팅 기법을 개발했고, 바리스타들도 디카페인에 최적화된 추출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디카페인 커피 누적 판매량이 6년 9개월 만에 1억 잔을 돌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아예 카페인이 없는 커피 품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코페아 차리아나(Coffea Charrierana)라는 품종은 자연적으로 카페인 함량이 극히 낮아 주목받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정 없이도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단순히 카페인을 뺀 커피가 아닙니다. 삼투압 원리, 초임계 상태, 용매의 선택적 용해력 등 다양한 과학 원리가 적용된 결과물입니다. 커피를 사랑하지만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분들, 저녁에도 커피 향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디카페인은 좋은 선택지입니다. 다음에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할 때, 그 한 잔에 담긴 과학의 비밀을 떠올려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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