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수저', '아빠 찬스', '채용 비리'... 현대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이런 문제들이 사실은 천 년 전에도 똑같이 존재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놀랍게도 고려시대에는 아예 '아빠가 고위 관료면 시험 없이 공무원 합격'시켜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음서제(蔭敍制)입니다. 처음에는 나름의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나라를 좀먹는 특권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고려판 '아빠 찬스', 그 막장 드라마 같은 실체를 파헤쳐 봅니다. 🤔
처음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아마도)
음서제의 '음(蔭)'은 '그늘'을 의미합니다. 즉, "아버지가 나라에 큰 공을 세워 만든 그늘 아래 자식이 혜택을 본다"는 논리였죠. 당시 사람들에게는 가업을 잇는 것이 중요했기에, 공신의 자식이 관직을 물려받는 것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초기에는 나름의 견제 장치도 있었습니다. 음서 출신은 과거(科擧) 급제자들처럼 학문이 깊어야 하는 핵심 요직에는 임명될 수 없었고, 일종의 '2류 관료'라는 인식이 있었죠.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여긴 음서 출신 고위 관료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합리적인 시스템은 고려 후기로 가면서 완전히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합니다. 📜
'분홍'과 '흑책', 뇌물로 얼룩진 고려의 채용 비리
고려 후기, 무신정권과 몽골 간섭기를 거치며 정치 기강이 무너지자 음서제는 통제 불능의 괴물이 됩니다. 당시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기가 막힌 표현들이 <고려사>에 등장합니다.
- 흑책(黑冊)의 비방: '흑책'은 아이들이 글씨 연습을 하던 검은색 연습장입니다. 권력가들이 뇌물을 받고 인사 명단에 이름을 넣고 빼고를 반복하다 보니, 명단이 온통 붉은 글씨와 검은 글씨로 뒤범벅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된 상황을 비꼰 말입니다. 채용 명단이 걸레가 될 정도로 비리가 심했다는 뜻이죠.
- 분홍(粉紅)의 비난: 이건 더 직설적입니다. 당시 권문세족의 어린 자제들이 즐겨 입던 '분홍색 옷'에 빗대어, "실력도 없는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들이 부정하게 관직에 오른다"고 비난한 표현입니다.
실제로 당시 법규상 음서 혜택은 18세 이상만 받을 수 있었지만,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음서를 받은 평균 연령은 15.4세였고, 고려 말기에는 12.3세까지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기록상 최연소 음서 합격자는 5살이었습니다. 다섯 살짜리가 관직을 받은 겁니다.
음서로 입사, 과거로 신분 세탁... 완벽한 엘리트 코스
권문세족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음서제를 더욱 악랄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죠. 바로 '음서 + 과거'라는 완벽한 테크트리입니다.
- 일단 음서제로 편하게 관직에 입문합니다. (남들 죽어라 공부할 때 스타트부터 다름)
- 관직 생활을 하며 얻은 정보와 인맥, 경제력을 바탕으로 과거 시험을 준비합니다.
- 과거에 합격하며 '아빠 찬스'라는 꼬리표를 떼고 '실력으로 인정받은 엘리트'로 신분을 세탁합니다.
이런 식으로 음서 출신자의 약 40%가 과거에 합격하며 완벽한 귀족 계층을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왕실과 서로 혼인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했고, 음서제는 이 특권층이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핵심 장치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과거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받던 음서직의 위상은 고려 후기에 이르러서는 과거가 부럽지 않은 초고속 출세 코스로 변질되었습니다.
금수저는 천 년 전에도 존재했다
고려의 음서제는 '공정한 기회'라는 가치가 한 사회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입니다. 국가에 헌신한 공로를 보상하려던 선한 의도는, 인간의 탐욕과 만나자 가장 불공정한 특권 시스템으로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는 고려가 쇠락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죠.
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그 '분홍'과 '흑책'의 시대로부터 얼마나 멀리 와 있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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