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난 후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구하라씨를 버리고 가출해 20년 넘게 연락조차 없던 친모가 갑자기 빈소에 나타나 유산의 절반을 요구한 겁니다. 오빠 구호인씨는 울면서 호소했습니다. 제 동생이 힘들게 번 돈을, 동생을 버린 사람이 가져가려 합니다. 그런데 당시 법으로는 이걸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이 자동으로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6년 1월 1일, 드디어 이런 억울한 일을 막을 수 있는 법이 시행됐습니다. 바로 구하라법입니다.
구하라법, 정확히 무엇이 달라진 건가요
구하라법의 정식 명칭은 민법 제1004조의2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자녀를 제대로 키우지 않은 부모는 자녀가 사망했을 때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는 겁니다.
기존 민법에서는 상속인 결격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피상속인을 직접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했거나, 유언을 위조하거나 방해한 경우 정도만 상속 자격을 박탈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자녀를 버리고 양육하지 않은 것은 결격 사유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얼굴도 모르고 살다가 자녀가 유명인이 되거나 돈을 벌면 갑자기 나타나 유산을 요구하는 일이 가능했던 겁니다.
새로 신설된 조문은 이 허점을 메웁니다.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다음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상속권을 상실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첫째, 피상속인이 미성년자였을 때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 아이를 버리고 키우지 않은 경우입니다. 둘째, 피상속인이나 그 배우자, 자녀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입니다. 폭행이나 학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셋째, 피상속인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입니다.
상속권 상실, 어떻게 청구하나요
상속권 상실은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가정법원에 청구해서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청구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피상속인 본인이 생전에 미리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공정증서로 유언을 작성하면서 특정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상실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됩니다. 이렇게 해두면 사망 후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합니다. 참고로 상속권 상실 대상이 되는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공동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 구하라씨 사례처럼 오빠가 있다면, 오빠가 친모의 상속권 상실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해당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기한을 놓치면 청구할 수 없으니 반드시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만약 청구할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후순위 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상속권 상실 청구가 들어오면 가정법원이 판단합니다. 법원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상속권 상실 사유의 경위와 정도가 어떠한지,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은 어떠한지 등을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릴 때 잠시 떨어져 살았지만 이후 관계를 회복하고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를 버린 후 수십 년간 연락조차 없다가 사망 소식을 듣고 처음 나타났다면 상속권 상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효력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합니다. 즉 처음부터 상속권이 없었던 것처럼 처리된다는 뜻입니다.
소급 적용은 어디까지 되나요
구하라법의 시행일은 2026년 1월 1일이지만, 그 이전에 발생한 상속에도 일부 적용될 수 있습니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이 날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구하라법이 소급 적용됩니다.
또한 헌재 결정일 이후 법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부양의무 등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공동상속인은 법 시행일인 2026년 1월 1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2024년 4월 25일부터 2025년 12월 31일 사이에 상속이 개시됐고 아직 청구를 하지 않았다면, 2026년 6월 30일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슷한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고 구하라씨 사례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 대양호 사건 등 각종 재난 재해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자녀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았던 부모가 자녀 사망 후 국가 보상금이나 재산의 상속을 주장하는 사례가 계속 있었던 겁니다. 국민 정서상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졌습니다.
2024년 4월 헌법재판소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정이 구하라법 통과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대습상속도 차단됩니다
한 가지 더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면 대습상속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그 자녀가 대신 상속받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상속권이 상실됐는데 그 부모에게 다른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가 대신 상속받는 것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상속권 상실을 우회하는 구조까지 차단한 겁니다.
미리 준비해두면 좋은 것들
저도 주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은 분들이 혹시나 내가 먼저 죽으면 그 사람에게 재산이 가는 건 아닌지 걱정하시더라고요.
구하라법이 시행된 지금, 확실하게 대비하려면 몇 가지를 준비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우선 공정증서로 유언장을 작성해두세요. 상속권 상실 대상자를 명시하고 그 의사를 분명히 해두면 사후에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언장은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입니다.
그리고 양육비 미지급, 폭력 정황, 관계 단절 등의 증거를 잘 보관해두세요. 상속권 상실 심판에서 이런 자료가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과거 문자 메시지, 녹음 파일, 사진, 제삼자의 진술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동생이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그 성격도 분명히 해두세요. 사전 증여인지 생활비 지원인지에 따라 상속재산 분할 시 계산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장 해야 할 일
구하라법의 핵심을 다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미성년 자녀를 버리거나 학대한 부모는 이제 자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밝히거나, 사망 후 공동상속인이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하면 됩니다.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됩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신 분이라면 지금 당장 유언장 작성을 고려해보시고, 이미 상속이 개시된 분이라면 6개월 기한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별 사안은 복잡할 수 있으니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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