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어른들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까치를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여겼거든요. 특히 새해 첫날 까치 울음소리를 들으면 한 해가 좋을 거라 믿었대요. 오늘은 까치가 왜 복을 가져다주는 새가 되었는지, 그 배경이 된 옛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과거 보러 가던 선비와 까치 둥지
옛날 옛적, 한 선비가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깊은 산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까치가 다급하게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깍깍깍! 깍깍깍!"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들어 보니,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나무 위 까치 둥지를 향해 스르륵 기어 올라가고 있었어요. 둥지 안에는 아직 날지 못하는 까치 새끼들이 있었고, 어미 까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어대고 있었지만 구렁이를 막을 힘이 없었죠.
선비는 잠시 망설였어요. 구렁이도 배가 고파서 먹이를 찾는 것일 테니 자연의 섭리라면 그냥 지나쳐야 할지도 몰랐거든요. 하지만 어미 까치의 애타는 울음소리에 차마 그냥 갈 수가 없었어요.
"에잇, 저리 가거라!"
선비는 활을 꺼내 구렁이를 쏘아 새끼 까치들을 구해주었어요. 어미 까치는 고마운 듯 선비 주변을 빙빙 돌며 울었고, 선비는 손을 흔들며 다시 길을 떠났어요.
구렁이 아내의 복수
날이 저물어 선비는 산속 외딴 절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어요. 피곤에 지쳐 깊이 잠들었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온몸이 꽉 조여 오는 느낌에 눈을 떴어요. 놀랍게도 거대한 구렁이가 선비의 몸을 칭칭 감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네가 낮에 죽인 구렁이의 아내다. 내 남편의 원수를 갚겠다."
선비는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잠깐, 나는 힘없는 새끼들을 구하려 했을 뿐이오. 당신 남편을 해치려던 건 아니었소."
"변명은 필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기회를 주마. 저 절 마당에 있는 종이 자정 전에 세 번 울리면 살려주겠다. 하지만 이 깊은 밤에 아무도 없는 절에서 종이 울릴 리가 있겠느냐?"
구렁이는 비웃듯이 말했어요. 선비는 몸이 꽁꽁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종을 칠 사람도 없고, 도움을 청할 방법도 없었죠. 선비는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렸어요.
목숨을 바친 까치들
그런데 그때였어요.
"땡!"
갑자기 종소리가 울렸어요. 선비와 구렁이 모두 깜짝 놀랐죠.
"땡! 땡!"
종이 세 번 울리자 구렁이는 약속대로 선비를 풀어주고 사라졌어요.
도대체 누가 종을 쳤을까? 선비가 마당으로 뛰어나가 보니 종 아래에는 수십 마리의 까치가 머리가 깨진 채 쓰러져 있었어요. 종에는 까치들의 피가 흥건했고요.
알고 보니 낮에 선비가 구해준 새끼 까치들의 어미가 동료 까치들을 불러 모은 거였어요. 까치들은 작은 몸으로 힘껏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종소리를 냈던 거예요.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서요.
선비는 까치들의 숭고한 희생에 눈물을 흘리며 양지바른 곳에 정성껏 묻어주었어요. 그리고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고 해요.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이 이야기에서 까치들은 자신들의 새끼를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았어요.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받은 도움을 기억하고, 목숨까지 바쳐 그 은혜를 갚았죠.
옛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전했어요.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도 받은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하고, 때가 되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은혜를 모르고 배신하는 사람을 "짐승만도 못하다"고 했던 거예요. 짐승도 은혜를 알아 갚는데 사람이 그러지 못하면 부끄러운 일이라는 뜻이죠.
까치와 새해의 인연
이 전래동화 덕분인지 우리 조상들은 까치를 특별히 좋아했어요.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여겨졌고,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믿었어요.
특히 새해와 까치의 인연이 깊었어요. 조선시대에는 정월 초하루에 '까치호랑이 그림'을 대문에 붙이는 풍습이 있었거든요.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쫓아주고, 까치는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새해 첫날을 "까치설날"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민화에 등장하는 까치호랑이 그림을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무서운 맹수인 호랑이가 바보처럼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작은 까치는 당당하게 호랑이를 내려다보는 모습이에요. 이건 힘센 권력자도 작은 백성들의 지혜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는 풍자이기도 해요.
새해가 다가오면 문득 까치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어쩌면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까치가 여러분에게도 복을 전해줄지 몰라요. 그리고 올 한 해 받았던 크고 작은 도움들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좋겠죠. 은혜 갚은 까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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