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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흥부와 놀부,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에 담긴 권선징악의 교훈

by 정보정보열매 202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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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에 담긴 권선징악의 교훈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있어요. 착한 동생 흥부와 심술궂은 형 놀부, 그리고 은혜 갚는 제비 이야기죠.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봤을 흥부와 놀부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조선 후기 사회의 모습을 담은 판소리계 소설이에요. 오늘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볼게요.

욕심 많은 형과 착한 동생

옛날 어느 마을에 놀부와 흥부라는 형제가 살았어요. 형 놀부는 욕심이 많고 심술궂었지만, 동생 흥부는 마음씨가 곱고 착한 사람이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놀부는 부모님의 유산을 혼자 차지했어요. 집도, 논밭도, 곳간의 곡식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었죠. 그것도 모자라 동생 흥부 가족을 집에서 내쫓아 버렸어요.

흥부는 아내와 많은 자식들을 데리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어요. 판본에 따라 다르지만 흥부에게는 자식이 열한 명이나 있었다고 해요. 가진 것 하나 없이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으니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그래도 흥부는 형을 원망하지 않았어요. 열심히 품팔이를 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려 애썼지만, 끼니를 잇기도 어려운 날이 많았어요.

밥주걱으로 맞은 흥부

어느 추운 겨울날, 굶주린 아이들을 보다 못한 흥부는 형 놀부를 찾아갔어요.

"형님, 우리 아이들에게 줄 보리쌀이라도 조금만 주세요."

놀부는 매몰차게 거절했어요. 그런데 놀부의 아내가 더했어요. 밥주걱을 들고 나와 흥부의 뺨을 철썩 때렸어요.

"이 거지 같은 놈!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마!"

흥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뺨에 붙은 밥풀만 떼어 먹으며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굴욕적이었지만 아이들에게 밥풀이라도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다친 제비를 구하다

따뜻한 봄이 왔어요. 흥부네 초가집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았어요.

어느 날 흥부가 마루로 나오는데 구렁이 한 마리가 제비집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어요. 흥부가 급히 구렁이를 쫓아냈지만, 놀란 새끼 제비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어요.

흥부는 불쌍한 새끼 제비를 정성껏 돌봤어요. 부러진 다리에 약을 바르고 작은 나무 조각으로 부목을 대어 헝겊으로 감싸줬어요. 매일 먹이를 주며 건강을 살폈어요.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분에 제비의 다리는 완전히 나았어요. 가을이 되자 제비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났어요.

박씨를 물고 돌아온 제비

이듬해 봄, 날이 따뜻해지자 떠났던 제비가 돌아왔어요. 제비는 흥부에게 박씨 한 알을 물어다 줬어요.

흥부는 그 박씨를 마당에 심었어요. 박은 쑥쑥 자라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자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어요. 커다란 박이 여러 개 달렸어요.

가난한 흥부는 박을 타서 죽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했어요. 톱을 가져다가 첫 번째 박을 타기 시작했어요.

드르륵 드르륵, 박이 쩍 갈라지자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 벌어졌어요. 박 속에서 쏟아져 나온 건 금은보화였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금덩이와 은덩이, 비단과 보석이 끝없이 쏟아졌어요.

두 번째 박을 타자 쌀과 곡식이 쏟아졌어요.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이었어요.

세 번째 박에서는 목수들이 나와 순식간에 커다란 기와집을 지어줬어요.

하루아침에 흥부 가족은 큰 부자가 됐어요.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아도 됐고, 넓은 집에서 편히 살 수 있게 됐어요.

놀부의 시기와 탐욕

흥부가 부자가 됐다는 소문은 금세 놀부의 귀에 들어갔어요. 놀부는 배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뭐? 그 거지 같던 놈이 나보다 더 부자가 됐다고?"

놀부는 당장 흥부를 찾아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캐물었어요. 흥부는 솔직하게 다친 제비를 고쳐주고 박씨를 얻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놀부는 집으로 돌아와 제비를 찾았어요. 그리고 멀쩡한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렸어요. 그러고는 약을 바르고 부목을 대며 시치미를 뚝 뗐어요.

"자, 이제 다 나았으니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가거라. 그리고 봄에 박씨를 가져오는 거야, 알겠지?"

가을이 되자 제비는 남쪽으로 떠났고, 이듬해 봄 정말로 박씨를 물고 돌아왔어요.

놀부의 박에서 나온 것들

놀부는 신이 나서 박씨를 심었어요. 박이 자라 가을이 되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어요. 흥부보다 더 큰 박들이었어요.

놀부는 금은보화를 기대하며 첫 번째 박을 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박 속에서 금은보화가 아니라 도깨비들이 튀어나왔어요.

"놀부 이놈! 네 죄를 알렸다!"

도깨비들은 방망이를 휘두르며 놀부를 두들겨 팼어요.

두 번째 박을 타자 도적떼가 쏟아져 나왔어요. 도적들은 놀부 집의 재산을 몽땅 훔쳐갔어요.

세 번째 박에서는 오물과 똥물이 쏟아져 나와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었어요.

네 번째 박에서는 장례 행렬이 나와 상여소리를 하며 놀부의 기를 죽였어요.

마지막 박에서는 불이 나와 놀부의 커다란 기와집을 홀랑 태워버렸어요.

하루아침에 놀부는 모든 재산을 잃고 거지 신세가 됐어요.

형을 용서한 흥부

갈 곳 없는 놀부 가족이 찾아간 곳은 동생 흥부의 집이었어요.

놀부는 그동안 자기가 동생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생각하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의지할 곳은 흥부뿐이었어요.

흥부는 형을 반갑게 맞아들였어요. 과거의 일을 탓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줬어요.

"형님, 예전 일은 다 잊으세요. 이제부터 우리 함께 살아요."

놀부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쳤어요. 그렇게 개과천선한 놀부는 흥부와 함께 우애롭게 살았다고 해요.

권선징악 그 이상의 이야기

흥부와 놀부는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교훈만 담긴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 이야기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흥보가"에서 비롯됐어요. 판소리란 소리꾼이 북 장단에 맞춰 노래와 이야기를 섞어 공연하는 우리 전통 예술이에요. 흥부전은 이 판소리가 글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이에요.

흥부전의 근원 설화는 불교 경전에서 찾을 수 있어요. "현우경"의 선구악구설화, "잡비유경"의 파각도인설화 등이 그 뿌리예요. 원래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던 이야기가 민간에 전해지면서 조선 후기의 사회상을 반영하게 된 거예요.

표면적으로는 권선징악과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지만, 이면에는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어요. 흥부는 몰락한 양반이나 영세 농민을 상징하고, 놀부는 탐욕스러운 신흥 부농이나 졸부를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해요.

조선 후기는 신분제가 흔들리고 화폐 경제가 발달하던 시기였어요. 돈만 있으면 양반 신분을 살 수 있는 세상이었죠. 흥부전은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어요.

흥부전이 주는 여러 가지 교훈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우리는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어요.

첫째, 선한 마음은 결국 보답받는다는 거예요. 흥부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친 제비를 돌봤어요. 그 순수한 마음이 결국 복으로 돌아왔어요.

둘째, 탐욕은 화를 부른다는 거예요. 놀부는 동생의 성공을 보고 똑같이 흉내 냈지만, 진심이 아닌 계산된 행동이었기에 벌을 받았어요.

셋째,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이에요. 흥부는 자신을 괴롭혔던 형을 용서하고 받아들였어요. 원망이 아닌 용서를 선택한 거죠.

넷째, 남의 성공을 어설프게 흉내 내면 실패한다는 교훈도 있어요. 놀부는 흥부가 부자 된 과정만 따라 했지, 그 본질인 '진심 어린 선행'은 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 있는 비슷한 이야기

흥부와 놀부 같은 권선징악 이야기는 전 세계에 있어요.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도 욕심 많은 형이 벌을 받고 착한 동생이 복을 받는 구조예요. 불가리아에는 곰에게 친절을 베푼 소녀 마리카가 보상을 받고, 심술궂은 이반카가 벌을 받는 민담이 있어요.

티베트에도 "참바와 쩨링"이라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요. 선한 행동에는 좋은 결과가, 악한 행동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교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가르침인 거예요.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어린 시절 재미있게 들었던 동화이지만, 다시 읽어보면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요.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 단순한 교훈 너머에, 진심의 가치와 용서의 힘, 그리고 탐욕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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